

유난히도 매미소리가 큰 날이었다. 슬슬 7월이 가까워지는 때에 하루하루 후덥지근하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 날씨에도 아침부터 유난히도 시끄럽게 우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에어컨 특유의 쿱쿱한 냄새가 코 끝에 닿고, 자주 쓰는 코롱의 향도 같이 섞여 미묘한 내음이 났다. 느긋하게 몸을 쭉 당기며 기지개를 폈다. 하품을 크게 하며 뒷목을 쓸고 침대에서 일어나면, 어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제 방이 보였다.
"...몇 시냐..."
! 지, 지각! 꽤 아슬아슬한 시간에 급히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렸다. 쿠당탕탕 소리가 요란하게 집 안을 울리고, 다급하게 샤워와 양치를 끝낸 카미나리는 옷을 내다던지듯 벗고는 걸려져있던 교복을 집어 들고 몸을 집어넣었다. 학기 초보다는 익숙해진 빳빳한 교복을 한번 훑고, 정돈을 하면서 가방을 맬 새도 없이 손으로 들었다. 익숙한 무게가 손에 느껴지자 마자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면 겨우 지각을 면할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시간. 안도의 숨을 한번 쉬고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가 다시 돌아왔다.
"환기! 에어컨!"
에어컨 전원을 찾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살짝 열어놓은 후에야, 카미나리는 등교를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
"으으, 좋은 아침..."
아침이라지만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있는 힘껏 달리고 달려서 온 카미나리는 온통 땀범벅이었다. 교실 문을 꾸욱, 잡고는 숨을 몰아 쉬며 건네는 인사에 하나둘씩 말을 걸었다.
"...카미나리, 괜찮냐?"
"괜찮으신가요?"
"여름부터 고생이네!"
"왠일이냐? 네가 늦게 오고."
꽤나 자주 말을 해본 지로나 야오요로즈, 아시도가 옆에 다가와 대화를 이었다. 잘게 키득거리면서 말을 잇는 것은 세로였다. 응, 괜찮아! 밖에 진짜 덥더라! 여자아이들에게 씩 웃으며 가볍게 대답하며 살짝 우는 소리를 하길 잠시, 오늘 늦잠 잤단 말이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세로를 향해 말하면서 셔츠를 펄럭거렸다. 자잘하게 펄럭거리는 옷깃에 작은 바람이 짧고 미지근하게 불어왔다. 시원하진않지만 그것을 위안 삼아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앞자리의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오, 이제 오냐! 엄청 늦었네! 하는 목소리. 그 웃음기를 담은 목소리가 어쩐지 이미 여름날에 달리느라 빠졌던 힘을 더 빠지게 했다. 몸이 축 늘어지며 자리에 털썩 앉아버리자 키리시마가 등짝을 툭툭 치며 지각생이네! 예의 그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놀려왔다.
"...으으, 너무하네! 더워 죽겠는데 뛰어온 사람한테!"
"바보냐. 그러게 일찍 일어나면 될 걸!"
"...어쩌다 한번이잖아!"
"그건 그렇지."
"...뭔가 열 받아...!"
씨익 웃으면서 사람을 약 올리는 것이 정말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묘하게 카미나리 본인에게 박한 모습을 보이는 키리시마가 킥킥,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제 모습이 여간 웃겨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듯 그 키득거림은 꽤 오래갔다. 한번의 타박에 반박을 하자 곧바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오는 긍정의 말이 더 심술궂었다. 그 모습에 머리를 헤집으며 혼잣말을 내뱉으면 주변 아이들도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물론 카미나리는 입을 삐죽이며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부채대용으로 쓸 뿐이었다. 그 가운데서 아! 싶었던 얼굴의 키리시마가 불량스레 자리에 앉아있던 바쿠고를 불렀다.
"? 뭐."
"바쿠고!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부채질해주기하자!”
“하아? 그딴 애들 장난 같은,”
“승부야! 괜찮지!? 바쿠고?!”
씨익 맑은 웃음을 보이며 키리시마가 미소를 보이자 바쿠고도 자신이 질 것 같냐며 이를 박박 갈고 동참했다. 무서운 놈이라니까, 속으로 중얼거리는 카미나리를 알곤 있긴 한 것인지 키리시마는 카미나리의 옆구리를 팔뚝으로 찔러오며 너도 하는 거다! 세로, 너도! 결국 늘 같이 놀던 아이들을 모두 동참시켰다. 그래봤자 바쿠고, 키리시마, 카미나리, 세로, 네 사람뿐이었지만 그들이 장난스레 모여 놀기에는 충분한 인원이기도 했다. 결국 놀이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카미나리가 손에 들고 살살 흔들고 있던 공책을 부채로 쓰려다가, 공책을 그런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야오요로즈와 이이다의 강력한(?) 주장에 하가쿠레의 꽃무늬가 인상적인 부채를 빌려야 했다.
그렇게 가위바위보가 시작되고,
.
.
진 사람은 바쿠고였다. 주먹을 낸 바쿠고와 보자기를 낸 세 사람의 희비가 미묘하게 교차했다. 짧고 강렬한 욕설과 살벌하게 웃는 짓는 바쿠고의 모습에 괜히 등줄기가 서늘해진 세 사람이 어색하게 웃다가, 승부는 승부라며 바쿠고의 손에 핑크빛 꽃무늬 부채를 쥐여주었다. 누가 이딴 부채를 들고 다녀!! 버럭 소리치는 말에 멀찍이 있던 하가쿠레가 붕붕 그 자리에서 뛰며 손을 들어 보이고 나! 내가 들고 다녀! 밝고 해맑은 음색으로 말해왔다. 결국 바쿠고가 사람을 죽일 듯 거칠게 부채질을 몇 번 하고 나서야 다음 차례가 왔고, 카미나리는 그 잠깐 사이 바쿠고의 살벌함을 잊고 시원함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가위바위보, 다시 한번 이어지는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그것은 어느새 온통 카미나리가 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왜 자꾸 나만 지는 거야!? 부채질 좀 잘 해봐, 카미나리! 좀 더 시원하게! 빨리 못하냐, 바보얼굴! 제 말은 쏙 무시한 채 타박만 하는 모습에 이익,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잠깐동안 식은 듯했던 땀이 삐질 삐질 다시 새어 나왔다.
그렇게 몇 번인가 했을까, 열어준 창문새로 뜨겁고 습한 바람이 슬쩍 불어왔다. 연속 부채질과 더위로 지친 카미나리가 나 이제 못 해…! 잔뜩 지친 얼굴로 부채를 내려놓은 후에야 부채질을 건 가위바위보 승부는 끝을 맺었다. 흐물흐물해진 것만 같은 카미나리를 보며 웃던 세로가 아, 싶은 얼굴을 하더니 슬쩍 창가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맞다, 카미나리. 너 오늘 방과 후에 시간 있지?”
“…시간? 그건 왜?”
“오늘 반 애들이랑 다 같이 놀러가기로 했거든. 시내에 가서 놀기로 했어.”
너가 빠지면 안되잖냐. 툭 뱉어진 말에 카미나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물게도 반아이들이 전부 모여 놀기로 했다니. 게다가 바쿠고도 혀를 차면서도 가지 않는다는 부정의 말은 하지 않았고 마이웨이의 상징, 토도로키도 간다는 말에, 오늘 무슨 날이야?! 금세 화사해진 얼굴로 말을 받자 반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순간 야오요로즈의 얼굴이 느낌표가 잔뜩 떠오른 것처럼 고개를 훅 들더니 옆에 있던 지로에게 속닥였고 그 사이에 하가쿠레와 아시도가 참여하고 또 아스이와 우라라카도 응? 무슨 일이야? 하고 동참하면서 여자 아이들이 작게 속닥였다. 이내 뿌듯해진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남자애들에게도 하나둘씩 속닥거리기도 했다. 뭔가 잊은 일이 있나…? 싶던 카미나리가 답을 달라는 듯 세로를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은 카미나리에 되려 응? 싶은 얼굴을 하던 세로가 입을 열었다. 그야, 오늘 너―
“자, 잠깐!!! 세로 군!”
세로와 카미나리의 사이를 막아서며 세로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 야오요로즈와,
“자자, 이제 슬슬 선생님 오실 시간이니까.”
답지 않게 모두의 등을 밀어내며 자리로 미는 지로에,
“자리에 앉아라, 모두!”
우라라카에게서 무엇인가 전해 듣더니 기운차게 팔을 각지게 움직이며 반장의 의무를 이행하는 이이다까지. 뭐가 비밀이라고! 소리치려던 바쿠고도 이이다와 함께 우라라카에게서 무엇인가 전해들은 미도리야의 으아아아!!! 캇쨩!!! 이라는 외침에 뭐, 임마!!! 데쿠!! 화를 내며 돌아섰다. 세로 역시, 그냥… 곧 더 더워지기 전에 애들이랑 놀기로 한 거라며 얼버무렸다. 별 생각은 없었던 질문을 던졌다가 되려 의문만 가득 얻는 카미나리는 모두 자리에 앉아라, 책을 들고 모처럼 평범하게 들어온 아이자와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뭔데?! 왜 안 알려주는 거야?!’
수업이 끝나자 마자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봤지만 다들 애매하게 넘기거나 곤란하게 웃으면서 입을 다물거나! 안 알려줄 거라며 심술궂게 약 올리며 지나갈 뿐이라 되려 궁금증만 더해졌을 뿐이었다. 저를 놀리는 것에는 도가 튼 거 같은 지로와 키리시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꽤 친절하고 그 미도리야와 우라라카조차도 안 알려주는 것에 내심 충격을 받은 카미나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툴툴거릴 수밖에 없었다. 울적해진 카미나리의 모습에 지나가는 아이들마다 너무 침울해지지말라며 등을 톡톡 치며 갔으나, 그에게 큰 위안이 되진않았다.
‘뭔데 나한텐 안 알려주는거야!’
수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하루 종일 텐션이 낮은 카미나리를 데리고 가는 것은 대충대충 그를 달래며 등을 미는 지로와, 자주 옆에 있던 키리시마, 어깨를 툭툭 치는 세로의 몫이었다. 아닌 척, 못 이기는 척 끝내는 제 발로 잘 따라와주는 카미나리의 모습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내가 진짜 안 가려고 했는데! 바쿠고도 그렇고! 토도로키 녀석까지 다 놀러가는 건 드무니까! 그래서 가는 거야! 그리 말하는 카미나리의 얼굴은 꽤 들뜬 기색이었다. 이윽고 A반 전원이 다 함께 전철을 타고 유명한 번화가에 다다랐다.
해는 쨍쨍했지만 불쾌감은 그다지 들지 않았고 실상 모두의 표정은 꽤나 발갛게 달아올랐으면서도 즐거운 얼굴이었다. (물론 마이페이스의 몇 명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번화가에서 곧잘 돌아다니고 놀곤 했던 아이들이 이리저리 갈 곳을 정하고, 큼큼, 헛기침을 하면서도 함께 나온 것이 좋은 듯한 야오요로즈가 앞에서 모두를 이끌고 그 옆을 지로가 같이 걷고 있었다. 이이다는 뒤쳐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미도리야와 토도로키와 함께 걷는 중이었지만 그들 역시도 저들만의 이야기에 분위기는 꽤 좋았다. 중간에는 아스이와 우라라카, 아시도와 하가쿠레가 한데 섞여 여자들끼리 놀러오는 것도 좋겠다며 나중을 기약하고 있었고 코지와 사토, 쇼지 역시 그 사이에 섞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키리시마는 카미나리와 바쿠고의 사이에서 게임 얘기에 한창이었고 중간중간 세로가 말을 이으면서 나름대로의 화제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가라오케였다. 또래아이들이 잔뜩 몰리곤 하는 가라오케에 와르르 들어가서, 이이다가 대표로 방을 잡고 저마다 이런 노래를 부르겠다며 소란이었다. 도중에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반갑게 동지를 만났다는 듯 악수를 나누는 일도 있었지만 이내 방에 들어가 노래를 하나 둘 예약하기 시작하면서 곧 묻혀버린 사소한 일이었다.
카미나리 역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제가 자주 부르던 노래를 불렀고, 대부분이 최신 유행하는 곡들이라 무리없이 다 함께 부르기에 좋은 노래에 몇몇 아이들이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따로 부르기도 했다. 한창 노래를 부르고 떠드는 와글와글한 가운데 카미나리는 세로, 키리시마, 바쿠고가 야오요로즈와 이이다에게 불려나가는 것을 보지못했고 분위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노래 하나가 끝나고, 새 노래가 시작할 그 때였다.
♪♬♪♩♬
좀처럼 듣기 힘든 반주가 흘러나왔고, 누가 부르려던 노래인가 싶었던 카미나리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얼굴을 보며 잔뜩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이미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거나, 흐뭇하게 웃고 있거나 그 사이에서 이게 뭔 일인가 싶던 카미나리는, 노래가 시작하고 A반 친구들이 동시에 가사를 부르기 시작한 후에야 조금씩 납득하기 시작했다.
「Happy Birthday to you you
Happy Birthday to you you
あなたに送るハッピーバースデーソングだよ OK?
너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노래야 OK?
驚かせてごめん
놀라게 해서 미안
特別な日に会えてよかった
특별한 날에 만날 수 있어 다행이야」
이런 저런 목소리가 한데 어울리며 나름 괜찮은 소리가 나왔다. 물론 독특하게 티가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라던가, 누구보다 크게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라던가, 소리를 지르듯 부르는 몇 명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미나리는 꽤 넋을 놓고 있었다. 굉장히 얼떨떨한 기분에 이게 뭔가 싶은 느낌이었다. 하나같이 저를 보며 부르는 노래에 겨우 오늘 날짜가 생각났다.
벌컥, 난데없이 거친 소리와 함께 들어왔던 가라오케 안, 그 방문이 열렸다. 세상 불만스러운 얼굴로 생일날 터뜨리는 작은 폭죽을 터뜨리며 들어오는 바쿠고의 목에는 생일 꼬깔모자가 마구 흔들렸다. 이어 들어오는 키리시마는 삐죽삐죽한 머리에 생일 꼬깔모자를 쓴 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이면서도 즐거워 보였다. 손에는 바쿠고처럼 작은 폭죽을 들고 있었고 아이들의 재촉이 있던 후에야 웃으며 팡! 하고 폭죽을 터트렸다.
이어 케이크 들어가요! 하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얼굴의 세로가 들어왔다. 큼지막한 케이크를 든 채, 그 역시 유아들이 많이 보는 캐릭터 꼬깔모자를 쓴 채였다. 푸하하하! 저게 뭐야! 결국 카미나리의 웃음이 터졌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오래전에 웃음기에 흔들리고 있었다.
「ローソクの火を消して
촛불을 꺼보자
乾杯しましょ、おめでとう
건배하자, 축하해
Happy Birthday to you you
Happy Birthday to you you
いつもありがとう
언제나 고마워」
[YUI- Happy Birthday to you you]
이이다와 야오요로즈, 이제 막 다시 들어온 바쿠고와 키리시마, 세로 역시 노래를 같이 불렀다. 뚱한 얼굴의 바쿠고의 목소리는 아주 작기만 했다. 키리시마의 목소리는 기운찼고, 세로는 적당히 귀를 기울이면 들릴 만한 그런 소리였다.
“”””카미나리(군),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한다!”
“축하해!”
입매를 따라 절로 지어지는 웃음을 막지 않으며 하하, 웃고 있자면 촛불을 빨리 끄라는 재촉이 들렸다. 후, 촛불을 끄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 다들 가방에서 포장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선물이라며 카미나리는 저에게 건내지는 것들을 양손 가득 받았다. 양 손이 금세 묵직해졌다. 웃음은 끊임없이 터졌다. 다들 알려주지않겠다던 이유를 이제야 알아차린 것도 본인도 웃겼지만 늘 있던 교실의 달력이 생각해보면 오늘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는 시간마다 저의 물음을 피했던 애들의 얼굴, 곤란해하던 얼굴,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렸던 얼굴, 전부 이 때를 위해 그랬다는 것을 알고나니 더할 나위없이 유쾌해졌다. 가방에 선물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자 키리시마와 바쿠고가 눈을 마주치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케이크를 들었다.
“…! 야, 잠깐! 그거 아니지?! 기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카미나리의 얼굴에 케이크가 덮쳐왔다. 씨익 웃는 두 사람의 얼굴 가득 드물게 장난기가 피어올랐다. 입을 꾹 다물고 부들부들 떨던 카미나리가 벌떡 일어서며, 케이크판 가득 남아있는 크림을 손에 올려 그 둘에게 달려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뭐든 상관없다는 듯, 재빠르고 날랜 몸짓이었다. 와하하, 웃던 아이들에게도 하나둘씩 크림이 묻고, 튀었다. 너나 할 거 없이 손에, 얼굴에, 크림을 묻혔다. 왁자지껄하고, 정신없기도 하며, 장난 치는 것에 열중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생일파티였다.









